[스크랩] 사사기 어떻게 묵상할 것인가
계속된 불신앙의 시대에도 일하신 하나님
1. 사사 시대와 사사에 대한 이해
구약에서 사사기라는 제목은 사사 시대와 그 시대에 일했던 사사들을 말합니다. ‘사사 시대’는 룻기 1:1과 열왕기하 23:22에서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 혹은 “사사가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시대”로 공식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와이 없던 특정한 한 기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삿17:6; 18:1; 19:1; 21:25). 사사기 자체는 이 사사 시대를 여호수아의 죽음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1:5-6이 야곱의 아들들의 죽음과 함께 족장시대의 끝을 알려주고, 여호수아 1:1은 모세의 죽음을 언급하여 출애굽과 광야의 방황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호수아의 죽음은 가나안 정복의 시대에서 정착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사기의 시대적 배경은 여호수아의 죽음 이후부터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이 사울 왕을 세우기 전까지(삼상10장, 약 주전 1300-1050년)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는 고대 근동의 후기 청동기(주전 1550-1200년)에서 철기시대(1200-1100년)로 전환되는 시기로 가나안 족속이 구릉지대나 해안지역에 거주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이 족속들 가운데 사사 시대에 이스라엘을 많이 괴롭힌 블레셋은 가자, 아스겔론, 아스돗, 에크론, 가드의 5개 성에 가자의 우두머리를 가진 동맹체를 구성하였고, 이스라엘보다 앞서 도기를 만들고 철기무기를 생산하였습니다(삿1:19; 삼상13:19-21). 사사 시대의 문제는 하나님과 가나안 신들을 통시에 섬기는 혼합주의 신앙인데, 이스라엘이 그들보다 앞선 가나안의 도시문화에 유혹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나안 문화의 배후에는 부와 종교제도가 있었습니다. 특히 가나안의 종교체제는 이스라엘을 사로잡았는데, 바알과 아스다롯은 이스라엘이 자주 우상숭배에 빠진 대표적인 가나안 족속의 신들입니다(삿 2:11-13,17,19; 3:7; 8:33; 10:6등). 바알은 폭풍의 신으로 계절에 따라 땅을 비옥하게 하는 비를 가져오는 신으로 농사와 관계가 있습니다(왕상 17:1; 18:41-46). 이런 바알 숭배는 여사제들을 통한 종교적 음행으로 땅의 풍요를 기원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이 이스라엘을 유혹하는 큰 요인들이 되었습니다(민25장). 아스다롯은 풍요의 여신 또는 사랑과 전쟁의 여신으로 바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삿 10:6). 가나안에는 이외에도 모든 신의 아버지요 우두머리로 여겨진 엘과 그의 아내 아세라가 있었는데, 아세라는 신들의 어머니요 바다의 여신으로 생각되었습니다(삿 6:25,28,30; 왕상 15:13; 신 16:21). 이런 사사 시대의 부와 풍요를 가져오기 위한 종교적 행위와 인간적인 노력은 요즘에도 인기가 있는데, 이는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에 가장 큰 위험적 요소입니다.
‘사사’라는 말은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단어일 뿐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단어입니다. 이는 히브리어 의미 ‘재판관들’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삿 4:4-5, 11:27). 그러나 이 단어의 동사는 단순히 사법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포괄적인 의미를 함께 포함하는데, ‘다스리다, 지도력을 발휘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삼상 8:5과 왕하 15:5). 사사기의 본문들에서도 이 동사는 단순한 사법적 의미보다 한 지역을 통치하고 다스린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합니다(3:10; 4:4; 10:2,3; 12:7-9,11,13-14; 16:31).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사는 사법적이든 행정적이든 일종의 ‘통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사사들이 사법적 기능을 수행했을지라도 대부분 사사들의 주요 임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적의 위협이나 압제에서 ‘구원하는’ 것이기에 이들은 군사적 통치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참조. 2:16-19; 3:7,9,12,15,31; 4:1; 6:1,14; 10:1,6; 13:1,5).
2. 사사기의 구성과 내용
사사기는 크게 서론(1:1-3:6), 본론(3:7-16:31), 결론(17:1-21:25)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론은 여호수아의 죽음에 관한 중복된 언급(1:1과 2:6-10)을 근거로 하여, 불완전한 가나안 정복(1:1-2:5)과 이스라엘의 배도(2:6-3:6)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결론도 미가와 단 자손의 배도(17-18장), 그리고 베냐민 자손에 의한 이스라엘 간의 전쟁(19-21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론과 결론의 이야기들은 본론의 사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둘러싸면서 다음과 같은 연결을 보여줍니다.
A 서론: 불완전한 가나안 정복 전쟁(1:1-2:5)
- 이스라엘의 배도(2:6-3:6)
B 본론: 사사들 이야기(3:7-16:31)
A`결론: 이스라엘의 배도(17-18장)
- 이스라엘 간의 전쟁(19-21장)
결국 사사기는 서론에서 이스라엘의 불완전한 가나안 정복(1:1-2:5)과 배교(2:6-3:6)를 지적하고, 본론의 이야기(3:7-16:31)를 통해서 서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배교와 지파 간의 전쟁을 보여주는 결론적인 확증으로 끝을 맺습니다(17-21장).
3. 사사기의 묵상에 도움을 주는 시각들과 메시지
먼저, 사사기 서론을 잘 이해하는 것이 사사기의 본론과 결론의 부분을 이해하고 묵상해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서론은 여호수아의 죽음(수 24:29-31)과 그의 죽음 이후의 불완전한 정복에 대하여 말합니다(1:1-36). 또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나 이스라엘이 가나안 민족들과 언약을 세운 것 때문에 여호와께서 가나안 족속들을 쫓아내지 않으시며, 이 민족들과 이들의 신들은 이스라엘에게 ‘가시’와 ‘올무’가 될 것이라 말씀합니다(2:1-5). 계속해서 서론은 여호수아의 죽음 후 이스라엘의 배도를 지적하며 열국을 속히 쫓아내지 아니하시겠다는 여호와의 경고를 보여줍니다(2:6-3:4). 그리고 이런 두 내용은 3:5-6이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론의 내용들은 앞으로 전개될 본론의 사사 이야기들(3:7-16:31)을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론 가운데 이스라엘의 배도를 요약하여 설명하는 부분(2:11-3:6)에서 보이는 ‘죄-심판-부르짖음-구원’의 패턴은 주요 사사들의 이야기(3:7-16:31)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런 서론과 본론의 연결을 보여주는 반복된 표현들이 다음과 같습니다:
1.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한다(2:11; 3:7,12; 4:1; 6:1; 10:16; 13:1).
2.하나님의 분노로 이방의 압제를 받는다(2:14; 3:8; 4:2; 10:9, 우상숭배).
3.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부르짖는다(2:18; 3:9,15; 4:3; 6:6-7; 10:10).
4.구원자인 사사가 세워지고(2:16; 3:9,15; 10:1,12), 하나님의 영에 의해서 선택되고 능력을 받는다(3:10; 6:34; 11:29; 13:25; 14:6,19).
5.압제자를 이기며 사사의 통치 기간에 평화가 있고, 그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있다(3:10-11; 8:28-32; 10:2-5; 12:9-15).
위의 반복된 표현들은 주요 사사들, 곧 옷니엘, 에훗, 드보라(바락), 기드온(아비멜렉), 입다, 삼손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사사들의 이야기는 대개 “(또) 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3:7,12; 4:1; 6:1; 10:6; 13:1). 반면에 이런 주요 사사들 이야기 뒤에 짧게 언급되는 사사들, 곧 삼갈, 돌라, 야일, 입산, 엘론, 압돈이 있는데 이들은 대게 “그리고 그의 뒤에는”의 구문으로 시작됩니다(3:31; 10:1,3; 12:8,11,13). 이 기준에서 보면 사사들의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분됩니다.
1.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옷니엘 3:7-11
2.또 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에훗 3:12-30
그리고 그의 뒤에는 삼갈 3:31
3.또 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드보라(바락) 4:1-5:31
4.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기드온(아비멜렉) 6:1-9:57
그리고 아비멜렉 뒤에는 돌라 10:1-2
그리고 그의 뒤에는 야일 10:3-5
5.또 이스라엘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입다 10:6-12:7
그리고 그의 뒤에는 입산 12:8-10
그리고 그의 뒤에는 엘론 12:11-12
그리고 그의 뒤에는 압돈 12:13-15
6.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삼손 13:1-16:31
사사기 서론의 둘째 부분(2:6-3:6)은 전개될 사사 시대의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사건들을 요약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하나님과의 언약관계에서 점차적으로 악화되는 이스라엘의 형편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여호와의 선택과 은혜에 따른 언약적 순종의 삶이 아니라 여호와와 함께 바알을 섬김으로 여호와를 버렸음을 강조합니다(2:11-12). 사사기의 본론(3:7-16:31)에서 여섯 번이나 반복되는 ‘범죄-심판-부르짖음-구원’의 순환은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심각한 죄성을 말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의 변함없는 긍휼과 구원의 은혜를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사사기의 서론과 본론의 연결과 함께 서론과 결론의 연결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앞에서 사사기의 서론과 결론의 구조적인 연결을 보았는데 좀 더 구체적인 연결들을 사사기는 보여줍니다. 먼저 서론에서 제기된 계속적인 가나안 정복을 위한 이스라엘의 질문은(1:1) 결론에서 동족과의 전쟁을 위한 이스라엘의 질문으로 다시 언급됩니다(20:18). 결국 사사기는 사명을 잃어버린 이스라엘이 지파 중의 하나인 베냐민 족속과 싸우는 것으로 마칩니다(20-21장). 사실 베냐민 자손은 예루살렘에서 여부스 사람을 쫓아내지 아니하여(1:19-21) 동족 간 전쟁의 원인을 초래했습니다(19:10-13).
사사기 1장은 단 지파에 대한 언급으로 마치는데(1:34,35), 단 지파에 대한 언급은 결론에 해당하는 18장에서 그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내용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또 서론에서 ‘여호수아의 죽음’에 대한 반복적 언급(1:1; 2:6)은 결론에서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의 반복구(17:6; 18:1; 19:1; 21:25)와 연결됩니다. 이런 연결을 통해서 사사기가 여호수아의 죽음 이후부터 이스라엘의 왕정 전까지 이스라엘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사기의 서론은 결론과 구체적으로 연결되는데, 이미 언급한 것처럼 크게는 이스라엘의 배도(미가와 단 자손, 17-18장)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19-21장)이라는 주제로도 연결을 보여줍니다. 이미 언급한 서론과 결론 부분의 연결들은 다음과 같은 도표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서론의 틀로서[여호수아의 죽음]에 대한 반복
A 1:1-2(질문과 대답: 가나안과 전쟁을 위한 유다의 올라감)
B 21장(여부스 사람을 쫓아내지 못한 베냐민 지파)
C 34-24장(단 자손을 아모리 사람이 산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함)
D 2:11-3:6(이스라엘의 배도)
D` 17-18장(이스라엘의 배도)
C` 18:1-31(단 자손이 북쪽 라이스로 이동하여 우상을 숭배)
B` 20:1-48(베냐민 자손 2만 5천 백 명이 죽고 6백 명 생존)
A` 20:18(질문과 대답: 베냐민과의 전쟁을 위한 유다의 올라감)
결론의 틀로서[이스라엘의 왕이 없던 때]에 대한 반복
본론의 사사들 이야기를 둘러싸고 있는 서론과 결론의 연결은 가나안 족속과의 타협으로 빚어진 가나안 땅에 대한 불완전한 정복, 이스라엘의 계속적인 배도로 인한 여호와와의 관계 악화를 전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여호수아 23장(땅의 정복)과 24장(여호와만 섬길 것)에서 여호수아가 당부한 것들을 이행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이스라엘은 여호와와 긴장 관계를 갖게 되고, 그의 진노 가운데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상숭배 때문에 땅을 결코 완전히 소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나안 족속의 위협으로 그들의 생존조차 어렵게 됩니다. 이것은 2:20-22에서 언급된 것처럼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심판의 결과입니다. 계속적인 여호와의 긍휼과 구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배도로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에서 안전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2:11-3:6). 이런 면에서 사사기는 ‘약속의 땅에 왜 가나안 족속들이 여전히 거하고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변을 제시합니다. 약속의 땅에 대한 불완전한 정복은, 여호와께서 약속하신 것을 성취하지 못했음을 의미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배도 때문임을 보여줍니다. 결국 사사기는 이스라엘과 여호와의 악화되는 긴장 관계를 계속적으로 보여주며 하나의 질문으로 마칩니다. ‘왕정 체제는 사사기에서 보여주는 이런 긴장을 완화하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에서 반복되는 다음의 구절들이 이런 질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17:6; 21:25).
위의 질문은 사사 시대에 계속적으로 행해진 배도와 죄악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말해줍니다. 곧 종교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한 데에 있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아가지 않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위는 이스라엘에 분열과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일부 이스라엘 지파들은 여호와의 전쟁에 자주 협력하지 않았고 기득권과 갈등을 초래했습니다(삿 5장; 8:1-3; 9장; 12:1-7; 15:9-13; 20-21장). 하나님의 구원을 위해 사용된 사사들조차도 자기중심적인 행위로 불신앙과 인간적인 나약함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기드온은 불신과 개인적인 복수를 보여주었으며, 이스라엘을 우상숭배로 인도하는 장본인이 되었습니다(6:36-40; 7:4-21,24-27). 사사 입다 역시 불신앙과 인간적인 야망으로 경솔한 서원을 행하였습니다(참조. 11:30-31; 3:10). 삼손은 ‘자기 보기에 좋은 대로 행하여’ 이방 여인들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사이기도 했습니다(13-16장). 사사는 아니지만 한동안 전제 군주처럼 세겜을 통치한 아비멜렉의 권력 남용도 이런 인간적 욕심을 드러냅니다(9장). 결국 사사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혼합주의적 신앙, 백성들 사이의 분열과 지도력의 문제가 약속의 땅을 소유하는 데 심각한 위협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불순종 때문에 약속의 땅에서 약속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이 땅의 상실을 가져온 것입니다(18:30; 21:12).
다른 한편으로 사사기는 하나님이 이 땅에 대한 그의 언약에 따라 긍휼과 인애로 행하셨음을 보여줍니다(2:16,18). 이스라엘의 계속된 배교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끊임없는 개입을 통하여 구원을 신실하게 행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은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이나 사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긍휼에 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10:16). 그러므로 사사기는 이스라엘의 죄가 더할수록 더욱 넘쳐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줍니다(롬 5:21).
글 - 강정주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