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지난달 늦깎이 아빠가 된 회사원 백성준(38,가명)씨는 며칠 전 부인과 아이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는 무렵이면 자신은 40대, 아이가 결혼을 할 무렵이면 어쩌면 60대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기 때문.
백 씨는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며 “할아버님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당뇨병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때 거의 항상 함께 답해야 하는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가족력. 많은 경우 부모나 형제 중에 같은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게 된다.
과연 가족력이 많이 작용하는 질병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 대장암, 유방암은 유전성 암의 대표주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질병은 단연 암이다. 실제로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망원인통계결과’에서 사망원인별로 살펴봤을 때 암이 6만5479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암 중에서도 유전성이 밝혀진 암은 대장암과 유방암.
대장암의 5∼15%에서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때는 특정 유전자의 변화가 대장암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 김현주 소장은 “암의 감수성 유전자를 부모 중에 한명이 가지고 있다면 자식에게 올 확률이 50%”라며 “유전성 암은 주로 이른 발병과 다발성 발병을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즉, 가족 중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리거나 유방암의 경우 한쪽이 아닌 양쪽 전부 암이 생기는 등 다발성으로 발병한 경우가 있을 때에는 유전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
서울대병원 암센터 한원식 교수도 “유방암의 경우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80% 정도로 높다”며 “가족의 건강 가계도를 그려본 후 유전성이 밝혀진 대장암과 유방암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조기부터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암 중 유전성 암에 걸리는 환자는 5~10% 정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해보고 정확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족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흡연은 폐암이나 두경부종양, 식도암, 방광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습관이며 B형 간염은 간암을, 헬리코박터 감염은 위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는 “상복부 불쾌감이나 식욕부진 또는 소화불량이 계속될 때는 위를, 이상 분비물 또는 부정 출혈이 있을 때에는 자궁을 무통의 종괴 또는 유두 출혈이 있을 때에는 유방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더불어 점액 또는 혈변이 있거나, 배변습관에 변화가 있을 때에는 대장-직장 그리고 계속 되는 마른기침이나 혈담이 있을 때에는 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암 이외에 가족력이 높다고 알려진 질환
암 이외에도 가족력이 높다고 알려진 질병 중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고 또 우려하는 질병에는 당뇨병 등이 있다.
영동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조민호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80~90%가 앓고 있는 2형당뇨는 유전자형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양쪽 부모 중 한명이 당뇨병 일 때 30%, 부모 모두 당뇨병일 때 60~90%의 발병률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일란성 쌍둥이일 때에도 한쪽이 2형 당뇨일 때 나머지 한쪽도 당뇨병이 될 확률은 90~100% 정도이다.
더불어 고지혈증도 수는 적지만 가족성 고지혈증이 따로 있으며 고혈압 같은 경우도 가족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질환들 또한 가족력만으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가족적인 소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겹쳐지면 그 때 병이 발현하게 되는 것.
예를 들어 원래 대사성 질환에 소인이 있던 사람이 서구화된 고칼로리 식사를 많이 하거나 비만 등의 요인에 노출되면 대사성 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이경식 교수는 “비슷한 생활습관을 가진 같은 가족 구성원에서는 아무래도 생활습관으로 인한 병이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만약 가족력이 있어 걱정되는 경우에는 정기검진과 함께 최소한 이틀에 한번 이상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짜지 않은 한식을 먹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고은 기자 eunisea@mdtoday.co.kr